먹잡이만이 알 수 있는 진짜 도편수
한식 목조 현장을 오가다 보면 한 현장내에서도 여러 목수팀이 각각 자기들의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장에서는 아직도 일본어인 오야지라는 말로 각 팀의 도편수를 부르곤 한다. 현대 건축을 하는 분들과 다른 개념이다 보니 도편수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일반인은 알지 못한다.심지어 건축사들도 어떤 일까지 관여하는지 잘 모르는 부분도 있다. 그러다보니 도편수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목수들 중에 자신을 과장되게 보여서 건축주를 현혹하고 피해를 주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나마 그런 목수들 중에서도 자신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정확히 알고 이를 대신 할 도편수를 고용하여 공사를 마무리하면 그나마 양심있는 사람일 것이다. 기단 기초부터,구조 계획을 세우고,공정 계획을 세우고, 자재를 산출하여 주문하고,목재에 먹을 놓아 주고,인력 관리를 하고,현장에서 조립시 지시하여 골조가 잘 세워지게 관리하고,기와를 이을수 있게 지붕을 만들어 주고, 수장 드리고 마감 관리까지 이 모든 것들이 도편수의 머리에서 나온다. 현대 건축의 개념으로 보면 계획,설계,시공,감리까지가 사실상의 도편수의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법상에 인정하는 건축사의 책임인 점들 때문에 관공서 상대의 법적인 문제를 건축사가 담당하고 실제 한식 목조 시공은 도편수가 알아서 하는게 현실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일반인들이 도편수의 실력을 가늠하기란 어렵다.
2년전쯤에 오가다 알게된 도편수에게 개축 일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하고 있던 일이 있어 못한다고 하였다.잊고 있었는데 일을 끝낸 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 일을 하기로 하고 현장으로 갔다. 함께 일해 본적이 없어 스타일에 마추어 해달라는 일만 해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개축이라 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건물을 해체해서 주초석만 남아 있었다. 기둥과 도리는 재활용 한다며 사포질 해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기둥 세우고 도리를 조립 하였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하인방을 끼우려 하여서 실내 마감선을 물어보니 전혀 계획이 없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자재(목재)는 언제 오는지 물으니 자재는 발주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재 물목을 뽑아야 되니 도면 달라고 하자 도면도 없다는 것이다. 혹시나하여 건축 허가는 냈는지 물어보니 대수선으로 한다는 대답을 했었다. 정말 엉망진창 이었다. 건축주는 이런 도편수를 엄청나게 신뢰하고 여러 공사를 맡기려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찌할바를 몰라 도와달라고 하니 수습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아는 건축사를 소개해서 허가 관련 일부터 해결해야 했다. 이미 신고 없이 해체해버려서 벌금도 내야하고 어려움이 많았다. 평면 계획을 듣고 골조 계획을 세웠다. 이미 기존 목재인 5치 기둥과 5치 도리를 세워놓아서(고재가 예뻐서 그대로 써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그대로는 하중을 견디지 못해서 구조 허가가 나지 못하게 되어서 보강도 필요했다. 아무튼 물목 뽑아서 주문하고 목재 나오는대로 치목에 들어 갔다. 그 사이에 허가 관련 문제는 건축사와 건축주가 해결 하였다. 나를 불렀던 도편수는 건축주로 부터 이미 많은 건축비를 받아 다 써버린 상태라 자재비도 결제하지 못하였다. 결국 건축주는 계약을 해지하고 재제소에 자재비를 직접 결제해서 치목은 할 수 있었다. 건축주에 직접 고용되어 건축을 하기로 하였다. 치목을 마치고 현장에 자재를 이동하려 할 때 건축주측으로 부터 목조 건축으로 하지 않고 철콘으로 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고 손을 놓기로 했다. 나중에 들리는 소식으로는 또 다른 이상한 업자가 들어서서 이상한 건물이 되었다는 .... 돈 많은 사람 주변에는 사기꾼이 꼬이기 마련인가 보다는 생각을 했었다.